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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인이란 사람의 생각/TV/드라마/책

<송포유> 논란, 제작진의 잘못이 너무나 크다.

추석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 3사는 여러가지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내보냈다. KBS는 대박을 쳤고, MBC는 이미 잘되고 있는 예능을 가지고 중박, SBS는 그야말로 쪽박을 찼다. 그 중 시청률이 잘 나온 것도 아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버린 건 <송포유>이다.

 

사실 기획 의도는 무척이나 좋았던 프로그램이다. 학교 폭력은 사회의 만연한 문제가 되어 버렸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피해자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을 어떻게 치료할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가해자들도 가해자들의 삶을 살아갈 뿐 그게 잘못 되었다고 고쳐주는 사람들은 없다. 그저 법의 이름으로 혼내거나 학교에서 내칠 뿐.

 

이 프로그램은 가해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희망을 주긴 주었는데, 문제는 그 희망이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아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 상황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이 TV 앞에 나와서 희희덕덕 놀고 자빠지고, 괴롭혔던 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걸 본 아이들은 과연 잘 자라날 수 있을까? 그 아이들에게는 가해자들이 그렇게 잘 나가는 모습이 2차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제작진은 먼저 이 아이들이 받을 피해를 생각했어야 했고, 치료 프로그램부터 보여줬어야 했다. 단순히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했던 감동을 주고자 기획한 거라면, 상황이 다르다. 또한 가해자들이 합창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영화를 보고 이런 기획을 생각해냈다면 제작진들이 영화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더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었고, 방송사는 시청율도 못 얻었다. 결국은 서로 죽어버린 최악의 상황이다.

 

덧: 성지고 교사분들과 교장선생님은 존경한다.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저렇게 신경쓰기 어려우셨을텐데, 정말 감사하다.